[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인간은 생(生)을 선택할 수 없어도 사(死)는 결정할 수 있을까.
해외 언론에 따르면 스위스 안락사 관련 인권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는 곧 스위스에서 조력사 캡슐 `사르코`가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력 자살은 의료진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말한다.
사르코는 캡슐 내부의 산소를 질소로 바꿔 산소 부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용자가 기계 안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순간적으로 질소 농도가 짙어지면서 수 초 만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
안락사 캡슐 `사르코`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의사 필립 니슈케 박사가 만든 것으로 질소 비용, 단 18스위스프랑(한화 약 2만8000원)을 지불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니슈케 박사는 "일단 버튼을 누르면 30초 이내에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감한다"며 "그 후 사망 전 약 5분 동안 무의식 상태에 머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사에 의하면 일단 버튼을 누르면 돌아갈 방법은 없다.
사르코 캡슐을 이용해 조력 자살을 원하는 사람은 먼저 정신 의학적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캡슐에 들어간 사람은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버튼을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가` 등 세 가지 질문에 구두로 답해야 한다. 세 가지 질문에 모두 답한 경우,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르고 싶다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아직까지 사르코의 첫 번째 사용자가 누구인지나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올해 안으로는 사용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5일 스위스 현지 매체는 이달 내 사르코가 사용될 예정이며, 첫 번째 사용자는 이미 스위스로 여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더 라스트 리조트는 스위스에서 사르코를 사용하는 데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조력 사망을 1942년부터 허용해 왔으며, 형법 제115조에 따라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거나 유도한 경우에만 처벌하고 있다. 더 라스트 리조트 관계자는 "질소는 의료 제품도 아니고 위험한 무기도 아니다"라며 "평화로운 죽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캡슐 사용에 대해 스위스 발레주 의사는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주에서도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사르코를 언제, 어디서, 누가 처음 사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를 두고 안락사 등 조력 사망에 대한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찬성 여론은 긴 투병으로 인한 병원비 절감과 투병의 고통을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사망에 있어 자기 결정권도 인간의 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르코의 악용을 우려해 사르코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던졌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안락사는 오래전부터 논쟁이 있어왔던 주제인 만큼 이번 `사르코`의 도입에도 장단점이 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회복 가망이 전혀 없는 시한부 환자에 대해 부분적 허용은 찬성하는 바이다. 장기 입원 환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병원비에 대한 부담과 가족들을 향한 미안함이 큰 입장이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받는 고통이 상당히 큰 것을 감안하면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별된 시한부 환자에 대해서는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는 안락사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다만 하나뿐인 생명을 두고 충동적인 결정이 되지 않도록 시행까지는 충분한 숙려 기간을 두고 의사에 변함이 없는지 촘촘히 확인하는 절차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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