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윤섭 기자] 최근 재개발ㆍ재건축ㆍ가로주택정비 등 도시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관련해 일반경쟁입찰이 감소함에 따라 선별수주가 아닌 경쟁을 피하는 전략이 대세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정성ㆍ투명성 보장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개선안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8월) 31일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사업이 DL이앤씨를 시공자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올해 강남 3구 중 유일하게 일반경쟁입찰로 이뤄진 사업장이며, 강남을 넘어서도 드문 케이스다.
경쟁입찰 종류로는 ▲일반경쟁입찰 ▲제한경쟁입찰 ▲지명경쟁입찰로 나뉜다. 일반경쟁입찰은 `불특정 다수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고, 제한경쟁입찰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업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이다. 지명경쟁입찰은 `미리 선정한 소수 업체에만 입찰 참가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대부분 도시정비사업은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유관 업계 상황을 보면 시공자 선정 입찰 과정 중 일반경쟁입찰이 이뤄진 사업장을 보기란 쉽지 않다.
1497가구를 공급 계획인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7구역 재개발의 경우, 시공자 선정을 위한 1ㆍ2차 현장설명회(이하 현설)를 개최했지만, GS건설-한화건설부문 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하며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바 있다. GS건설-한화건설부문 컨소시엄이 시공자로 유력한 상황이다.
강남 4구를 소재로 한 사업장들을 둘러봐도 좋은 사업성과 규모가 있는 곳임에도 수의계약 방식 시공자 입찰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한 곳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대규모 사업장에서도 수의계약 방식 시공자 입찰이 진행되는 이유로 건설업계는 ▲공사비 급증 ▲물가 변동 등에 따라 선별수주를 하면서 경쟁입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 선별수주가 아닌 경쟁을 피해 건설사들이 무혈입성을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 전부터 한 대형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간 관심을 나타낸 다른 건설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라며 "건설사들끼리 따로 입찰 참여 사업장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는 조합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시공자 간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지면 건설사 입장에서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많은 영업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공으로 인한 수익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영업비용 증가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도시정비사업 입찰 상황을 보면 특정 건설사만 참여하거나, 유찰되는 일이 늘어났다"라며 "조합은 경쟁입찰을 통해 가장 좋은 조건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반면, 건설사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경쟁을 줄여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반경쟁입찰으로 추진할 경우, 그 과정 전체가 공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비리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즉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더욱 엄격한 절차 속에서 경쟁함으로써 건전한 시장경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공자 선정 절차에서 2번 이상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한 사업장에 시공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사업이 지체된다면 이 방법이 활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지속적인 수의계약 방식에 따른 `서로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현재, 세부적인 검토 및 개선을 통해 도시정비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건전한 시장경제를 유지할 필요성은 있다.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조합원의 재산권이 걸려있는 만큼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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