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앞으로 아파트 시세는 그대로임에도 공시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를 더 납부하는 일이 없어질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에 시세 변동만 반영되도록 산정 방식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과도한 시세 반영률 상승 탓에 집값이 그대로임에도 공시가격이 오르고, 세금 부담이 급증한다는 지적이 일자 현 정부가 이를 폐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하고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바꾸려면 거대 야당의 동의를 얻고 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정부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본보는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자세히 살펴봄과 동시에 이번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려 한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이전으로
시세 변동 없어도 보유세 `폭탄`… 부작용 지적 `多`
이달 12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바꾸는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 산정 방식 개선과 균형성 제고를 목표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추진에 나선 것이다.
사실 공기가격 현실화 계획은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집값 급등을 규제할 목적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당시 60%대였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고 보고 2035년까지 점진적으로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수립된 바 있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기본적으로 종합부동산세ㆍ재산세 등의 부과 기준이 되는 만큼 현실화율이 90%로 높아지면 시세 변동이 없더라도 보유세 부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공시가격이 거래가격을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집값이 폭등한 2021년과 2022년 사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적용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8% 상승했다. 현실화 계획 도입 전만 해도 10년간 연평균 4.6% 상승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볼 때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에 시장의 우려대로 2020년은 5조8000억 원 수준이었던 주택분 재산세는 2021년 6조3000억 원, 2022년 6조7000억 원으로 덩달아 급증하면서 국민의 보유세 부담도 가중됐다.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시장이 폭등하면서 공시가격이 상승한 데다 시세 반영률을 매년 높여나가는 등 연도별 인상분까지 겹쳐 1주택자조차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면서 "시장에서는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올려놓은 정부가 주택 보유자들은 물론 실거주자들에게까지 세금을 내놓으라고 하니 반발이 거셌고,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라고 귀띔했다.
정부 "실거래가 등 시세 변동 적용… 현실 반영 위한 적절한 정책"
국회 통과 미지수… 야당 협조 `변수`
이에 윤석열 정부는 공시제도의 안정성 훼손, 국민의 경제적 부담 증가, 국민의 혼선과 불편 초래 등 현실화 계획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부동산공시법)」 개정을 통해 현실화 계획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데 이른 것이다.
먼저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에 시세 변동률만 반영되도록 산정(계산)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주택의 가격이 하락해도 공시가격은 올라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고려한 방식이다. 즉, `전년도 공시가격×(1 시장 변동률)`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산식을 적용해 공시가격을 산출하고, 시장변동률은 실거래가나 감정평가금액 등을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만약 내년에 올해 수준의 공동주택 변동률인 1.52%를 적용한다면, 시세 15억 원인 아파트(올해 공시가격 11억2900만 원)의 내년도 공시가는 1.52% 오른 11억4600만 원이 된다. 반면, 문재인 정부 기존의 정책대로 시장 변동률 외에도 시세 반영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반영한다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4.4% 상승한 11억7900만 원이 산정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지역별ㆍ유형별ㆍ가격대별로 제각각인 시세 반영률을 감안해 시ㆍ군ㆍ구별로 공시가격의 적절성을 평가한 후 심의를 거쳐 공시가격을 재산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동안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40~50% 선에 그치지만, 지방 저가 주택은 반영률이 최대 80%에 이르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장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의 뜻대로 현실화 계획이 폐지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절대 다수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현재 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완화 ▲임대차 2법 폐지 ▲재건축 부담금 폐지 등 부동산 관련 법 개정을 두고 부자 감세를 이유로 모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국토부는 개선안을 담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이달 안으로 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공시가격 준비를 위해서는 시기적으로 오는 11월 안에는 국회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행여 정부는 여야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 올해와 같이 현행 체계 내에서 현실화율을 조정하는 방식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시행될 경우, 급격한 속도의 인위적인 현실화율 인상 계획이 더 적용되지 않아 집값 변동과 상관없는 무리한 보유세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폐지를 위해서는 야당의 동의를 얻어 법을 개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야당이 순순히 동의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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