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윤섭 기자] 길어지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 가운데 기술혁신ㆍ선제 대응ㆍ기술집약적 산업 전환 등 향후 건설산업의 미래를 위한 개선 방안이 언급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건설산업, 각종 지표 부진… 쇠퇴기 `진입?`
올 상반기 건설사 부도 및 폐업신고 ↑
이달 1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발표한 `2024년 7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선행지표와 동행지표인 건설 수주와 건설기성 모두 부진했고, 취업자 수도 전월 대비 감소했다.
올해 5월 국내 건술 수주는 14조 원으로 전월 대비 –12.3%, 전년 동월 대비 –30.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기저효과 영향으로 38.8% 증가한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감소한 수치로, 공공보다 민간의 부진이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5월 기준 건설기성액은 14조1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4.5%, 전년 동월 대비 –1.9% 등으로 집계됐다. 공공과 민간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8%, 1.3% 감소세를 보였고 건축은 –5.6%로 부진했다.
반면 건설 관련 물가는 레미콘과 시멘트 위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와 건설기성 디플레리터 전년 동월 대비 2.1~2.3% 증가했고, 일반 철근과 고장력철근 가격이 전월에 이어 마이너스 증감률을 기록했다. 다만 ▲레미콘 ▲시멘트 ▲고로슬래그 등은 3.7%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건설고용`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던 4월과 달리 5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7만 명으로 전월 대비 –1.3%, 전년 동월 대비 –2.2%를 기록했다. 특히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시기인 2009년 이후 15년 만으로, 건축공사 물량 위축에 따른 투입 인력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부도 또는 폐업하는 건설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0곳(종합 7곳ㆍ전문 13곳)으로 전년 동기 부도업체가 9곳(종합 5곳ㆍ전문 4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2023년 연간 부도업체 수(21곳)와 유사한 수치로 2019년 36곳을 기록한 이후 가장 많다.
지역별 부도업체가 가장 많은 곳은 부산광역시(5곳)로 뒤이어 ▲경기ㆍ광주ㆍ경북ㆍ경남(각 2곳) ▲서울ㆍ대구ㆍ울산ㆍ강원ㆍ전남ㆍ전북ㆍ제주(각 1곳) 등 지역 내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다.
부도에 이어 폐업하는 건설사도 많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종합건설사 폐업신고는 총 240건으로 전년 동기(173건) 대비 38.7% 증가했다. 전문건설사 폐업신고도 같은 기간 1021건에서 6.56% 늘어난 1088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규 등록하는 종합건설사는 감소했는데 올 상반기 신규 등록은 238건으로 전년 동기인 551건 대비 56.8% 줄었다.
업계에서는 원자잿값 상승 및 인건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급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으로 자금 조달 난항, 지방 중심의 주택 미분양 등으로 부도 또는 폐업하는 건설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는 상황.
유관 업계 관계자는 "지방을 중심으로 부도ㆍ폐업하는 건설사가 늘고, 충분히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다각도적인 분석에 따른 정부의 추가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돌파구 찾아 나선 건설산업, 대응전략은
기술혁신ㆍ선제 대응ㆍ기술집약적 산업 전환 등 `강조`
한편, 이 같은 건설산업환경의 변화와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재계와 학계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이달 11일 오후 3시 건설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건설산업의 위기진단과 대응전략 세미나`를 통해 향후 건설산업의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세미나는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기조발제)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1주제 발표)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 연구실장(2주제 발표) ▲오치돈 한국건설인정정책연구원 연구실장 및 토론자 6인이 참석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복남 교수는 "국내 건설은 3고(금리, 물가, 환율)ㆍ3저(생산성, 기술, 수익성)ㆍ3부(부정, 불신, 부실) 등 3대 악재로 큰 위기에 빠졌다"라며 "단편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대통령실이 아닌 산업의 협ㆍ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주제 발표는 ①건설기업의 혁신 방안 ②전문ㆍ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 ③건설기술인재개발 방향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영덕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건설산업환경 변화에 맞춘 3대 혁신과제를 언급했다. 3대 혁신과제란 `사업 관리 역량 강화 및 기술혁신`ㆍ`경영환경 변화에 맞춘 경영관리시스템 개선`ㆍ`전략적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의미한다.
3대 혁신과제에 따르면 `사업 관리 역량 강화 및 기술혁신`은 사업기획단계의 전반적인 사업 관리ㆍFSㆍ설계(검토) 기능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하며, 전방가치사슬(모든 단계에 연결을 통한 추가적인 가치 생성) 부분이 건설사업 전체의 가격과 품질을 좌우한다. 특히 생산성 향상의 핵심 요소인 ▲건설사업 관리 효율성 ▲생산 방식ㆍ체계의 혁신성 ▲인적자원의 질 ▲생산요소 및 IT 경쟁력 ▲혁신 인프라 등 총 5가지에 대한 사업 관리 강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두 번째는 `경영관리시스템 개선`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부응하는 전략 및 기술, 조직ㆍ인력 등을 개선해 건설기업의 혁신 목표를 달성한다.
세 번째는 `비즈니스 모델혁신`으로 ▲사업의 내용적 및 절차적 전환에서 벗어난 새 비즈니스 모델혁신 지속 ▲건설기업이 제공하는 가치 확장 및 고객 중심의 가치 혁신에 초점 ▲기존 상품의 수요 변화에 대응 수평적, 수직적 다각화 및 향후 수요 증대 시장에서 전략적 진출 모색 등이 제시됐다.
김영덕 연구의원은 "건설업계의 위기 상황,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성 등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건설산업의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개선 움직임을 촉구했다.
다음으로 김태준 연구실장의 `전문ㆍ중소 건설기업 이슈 및 경쟁력 강화 방안`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김 연구실장 말에 따르면 건설산업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를 향하고 있고, 대기업과 비교해 전문 및 중소건설업체는 불황 및 쇠퇴기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은 만큼 단기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략이 우선시 돼야 한다. 즉 쇠퇴기 속 전문 및 중소건설업체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불황을 받아들이고 수익 중심의 영업전략과 원가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병행돼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사업의 포지셔닝을 선택하고 단계적인 추진을 요구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더욱 가속화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지역 및 기술에 기반한 건설업체를 보존할 수 있는 지원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마지막 주제는 오치돈 연구실장의 `건설기술인재개발`로 ▲건설기술 인재 양성 및 육성을 위한 전담부서 신설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술인재개발위원회 설치 및 인재개발 ▲전문자격의 신설을 통한 `첨단산업`으로의 인식 전환 등이 제시됐다.
건설산업의 인력 부족 원인은 건설산업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청년층 유입 부족` 및 이탈 가속화로 건설기술인력의 고령화 현상이 대표적이며, 향후 60대 이상 기술 인력 공급 과잉이 초래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산업 인재부족 문제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기업 입장에서 인력 수요 공급의 전력적 기획과 직원의 자기계발ㆍ평생교육 장려, 생산성 및 직업만족도 향상을 위한 신기술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직장문화의 현대화와 다양성 추구 등 역할이 요구됐다.
크게 산업계는 ▲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 ▲새로운 인재풀의 인지와 유인 ▲산업의 일반적 업무 흐름과 진로소개 ▲교육계와 협력하는 직업훈련 등이, 정부에게는 ▲혁신 자극ㆍ사업의 매력도 제고를 위한 장려와 후원 ▲표준화 및 민관 협력을 통한 복잡성 최소화 ▲교육 및 직업훈련 프로그램 쇄신 ▲일자리 창출ㆍ일자리 매칭 지원 등의 추진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건설산업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건설기술 진흥법」 내 전문자격 신설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