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
조합을 운영하다 보면 어렵고 복잡한 사정들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 중 조합의 업무를 과중하게 하는 것을 하나 꼽자면, 정보공개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수사기관 등에서 조합장에게 너무 엄격하다 싶을 정도의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조합장 공격 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지만 모든 정보를 15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는 것은 여러모로 과도하다. 판례를 통해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무죄 판결례
(1)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2024년 6월 12일 선고ㆍ2024고단2 판결)
①사실관계
조합의 시행에 관한 서류인 2021년 12월 22일자 업무대행 및 자문 용역계약서, 건축계획설계 용역계약서, PM서비스 계약서 및 2022년 4월 13일자 총회 회의록 등을 조합설립인가 전 자료라는 이유로 15일 이내에 공개하지 않은 사례.
②법원의 판단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 제62조제3호 및 제54조제5항에 따르면 사업시행자가 의무 및 처벌 대상인데 B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소규모주택정비법 제17조제3항제2호에 따라 2022년 6월 24일 인가된 B아파트 소규모재건축 조합이 직접 사업시행자인바, 그 인가 이전에 체결된 2021년 12월 22일자 업무대행 및 자문 용역계약서, 건축계획설계 용역계약서, PM서비스 계약서의 경우 공개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2022년 4월 13일자 총회 회의록 또한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만들어진 서류이므로 마찬가지로 공개 대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모두 무죄.
(2) 서울남부지방법원(2023년 12월 22일 선고ㆍ2022고정1264 판결)
①사실관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제출할 목적으로 작성된 금전소비대차약정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24조제1항제6호의 해당 도시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개를 거부한 사안.
②법원의 판단
도시정비법의 내용을 볼 때 조합이 작성한 문서는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합의 전신인 추진위가 주채무자로서 HUG로부터 필요비용을 차용함에 있어 약정내용을 승인하고 성실히 이행하고, 추진위원장인 H가 연대보증인으로서 주채무자와의 연대책임을 확약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문서이므로, 위 추진위와 추진위원장이 작성한 위 금전소비대차 약정서 역시 공문서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무죄.
(3) 서울동부지방법원(2023년 4월 13일 선고ㆍ2022노404 판결)
①사실관계
주민총회와 관련해 홍보요원의 근로계약서, 업무일지에 대하여 열람ㆍ복사 요청하였으나, 15일 이내에 응하지 않은 사안.
②법원의 판단
`홍보요원의 근로계약서` 또는 `홍보요원의 업무일지`를 `월별 자금의 입금ㆍ출금 세부 내역`의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봐 이를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아래에서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으므로 무죄.
3. 결어
도시정비법은 공개 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 기준에 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명문의 규정 없이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 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이다. 그러므로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근거 없이 조례나 지자체의 종합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에 기속돼 정보공개 범위를 불리하게 확정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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