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권혜진 기자] 서울시는 지난달(10월) 2일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에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한다고 밝히며, 지난해 10월 정비계획(안) 심의에서 수정 가결된 영등포구 여의도시범(재건축)에 오는 12월 30일까지 수정 가결 의견을 보완해 정비계획 결정 고시 요청하도록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속통합기획 단계별 처리기한제의 핵심은 해당 기한 내 다음 사업 단계를 추진하지 못하면 기존 신속통합기획 절차는 취소되고 일반 재건축사업 추진 단지로 강제 전환되는 점이다. 새 재건축사업을 하고자 할 때는 새롭게 사업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여의도시범 재건축사업은 데이케어센터(경증 치매 및 노인성 질환 있는 노인이 미술ㆍ음악 등 수업을 듣는 운동 치료서비스 시설) 등 기부채납시설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의 압박에 결국 여의도시범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다른 신속통합기획 추진 재건축 단지의 처지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 추진을 통해 정비계획 결정을 앞둔 압구정2~5구역, 대치미도 등에도 순차적으로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적용할 계획"이라며 "신속통합기획 도입을 통해 대상지 선정부터 정비구역 고시까지 당초 5년 정도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 7개월로 단축했으나, 목표치인 2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시는 제도 시행으로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이 더욱 빨라질 것(신속통합기획 시작 후 2년 내 정비계획 수립)으로 예상하지만 `일몰제와 다를 것이 없다`, `재건축 길들이기`라는 사업 주체들의 의견이 나오는 등 시의 입김ㆍ걸림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의도시범 `데이케어센터` 확대해 짓는 것으로 결정
서울시 "공공성ㆍ사업성 둘 다 지켜야 신속통합기획 유지"
여의도시범은 대표적인 여의도 1호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단지다. 이 사업은 영등포구 63로 45(여의도동) 일대 56만4132.64㎡를 대상으로 지상 65층 규모의 2466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지을 예정이다.
1971년에 준공된 여의도시범은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9호선ㆍ신림선 환승역인 샛강역이 도보 15분 거리에 있어 교통환경이 우수하며 교육시설로는 여의도초, 여의도중, 여의도고, 여의도여자고 등이 있어 학군이 뛰어나다. 더불어 도보 10분 거리에 여의도한강공원이 위치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며 IFC몰, CGV, 더현대서울, 여의도환승센터 등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이곳은 2017년 5월 안전진단 통과, 2018년 6월 정비계획(안) 서울 도시계획위원회 보류 판정, 2021년 11월 신속통합기획 선정, 2022년 11월 신속통합기획안 확정, 2023년 10월 정비구역 지정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지만 `데이케어센터` 수용 여부를 두고 약 1년 이상 민ㆍ관 갈등이 깊어졌다. 정비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 가결 뒤 결정고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노인 요양시설이 아파트 이미지, 외부인 출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가 공개한 데이케어센터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초수급자가 우선 입소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주민 처지도 이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사비ㆍ사업비가 급격히 상승한 상황에서 일면식도 없는 노인들을 위해 강제로 기부하는 행위는 곧 개인 재산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심의만 3년 이상씩 걸리던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해 그 안에서 공공성과 사업성의 간극을 좁히고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 신속통합기획인데 공공성을 버리고 사업성만 강조하는 일부 단지의 경우 받아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버릴 곳은 버리고 가겠다`는 시의 입장에 오세훈 시장 또한 지난 8월 자신의 SNS를 통해 "재개발ㆍ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부채납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신속통합기획의 목표"라며 "데이케어센터 설치는 재건축 과정에서 중요한 공공기여 요소"라고 언급했다.
소식통 등에 따르면 여의도시범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최근 데이케어센터를 반영한 정비계획(안)를 영등포구에 제출해 곧 주민공람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케어센터는 연면적 2332.2㎡의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다.
한국자산신탁은 시-영등포구 협의를 거쳐 데이케어센터 등 노인 커뮤니티 시설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더욱 확대해 공공기여시설 면적을 조정했다고 설명?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공공보행로ㆍ한강보행교 두고 `논의` 예상
여의도시범의 수용 결정으로 시가 언급한 강남구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 및 대치미도 등의 사업 주체와 주민들의 반응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압구정의 경우 시에서 공공보행로와 함께 압구정3구역은 서울숲~압구정 보행교 설치를 시사한 바 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역시 여의도시범과 마찬가지로 주민 반대와 신속통합기획 철회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5일 강남구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을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12월) 13일까지 공람한다고 밝혔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은 강남구 압구정로29길 71(압구정동) 일원 39만9595.1㎡에 공동주택 3934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구역은 구현대1~7차를 필두로 10ㆍ13ㆍ14차, 대림빌라트 등으로 구성돼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지구(6개) 중에서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은 공공기여물 한강보행교 설치를 백지화하며 주민공동시설로 골프연습장, 실내수영장, 소공연장, 영화관 등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파트 층수의 경우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지상 50층) 대비 높은 지상 70층으로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조합이 지상 77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에 앞으로 지상 70층 공동주택 5175가구(임대주택 650가구 포함) 등이 들어선다.
공동주택은 전용면적별 기준 ▲60㎡ 이하 1033가구 ▲60~85㎡ 이하 616가구 ▲85㎡ 초과 3526가구 등으로 구성됐다.
토지등소유자별 분담금 추산액 산출을 위한 추정비례율은 61.35%, 종전자산추정액 약 24조7883억 원, 총수입 21조944억 원 등이며, 총지출은 약 5조8868억 원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면적별 기준 ▲59㎡ 20억4000만 원 ▲84㎡ 28억6000만 원 ▲99㎡ 33억5000만 원 ▲118㎡ 39억9000만 원 ▲134㎡ 45억3000만 원 ▲152㎡ 51억3000만 원 ▲167㎡ 56억6000만 원 ▲187㎡ 63억 원 ▲214㎡ 72억4000만 원 ▲248㎡ 83억8000만 원 ▲187㎡PH 101억1000만 원 ▲214㎡PH 115억9000만 원 ▲248㎡PH 134억1000만 원 등으로 명시됐다. 조합원 분양가는 공급면적 3.3㎡당 8300만 원, 일반분양가는 공급면적 3.3㎡당 8500만 원으로 추정됐다. 상가는 분양가 약 1조4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3.3㎡당 4971만1000원이다.
다만 조합은 이번 정비계획(안)에 따른 층수에 대해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합이 지상 77층까지 검토하고 있어 향후 실제 설계 과정에서 층수 상향을 포함한 정비계획 변경이 진행될 수 있다.
압구정3구역의 계획에 대해 서울시 측은 "조합에서 먼저 (한강보행교) 제안한 계획을 서울시에서 검토한 뒤 공공성 판단ㆍ수용해 계획을 했던 상황"이라며 "조합에서 제안 자체를 철회해 시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필요하고 전문가,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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