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_오피니언] 재개발ㆍ재건축 전문 변호사 ‘자격’의 의미란?

입력 2024년11월15일 16시57분 김래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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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ㆍ재건축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 단계를 거쳐 조합 설립,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분양, 관리처분인가, 이주, 철거, 착공, 입주를 거쳐 해산까지 통상 짧게는 10년 이상, 보통은 15년 이상 걸리는 대규모의 개발사업이다. 더욱이 사업 시행 주체 측면에서도 조합 단독 시행 방식, 조합-신탁사 대행 방식, 신탁사 시행 방식,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사가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또는 공동사업시행 방식 등 사업 시행 주체도 매우 다양하고, 대규모 개발사업인바,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ㆍ조합원 등 이해관계인도 매우 다양하다고 할 것이고, 토지등소유자ㆍ조합원은 아니지만 구역 내 청산자, 영업권자, 세입자 등 사업 시행 주체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세력도 꽤 많아서 오래전부터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서 끊이지 않는 소송과 분쟁이 계속됐다.

그런 오랜 세월에 걸쳐서 2003년 7월 1일부로 제정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역시 수십여 차례의 개정 내지 전면 개편 작업을 거쳐서 오늘날에 이르게 됐고, 과거의 많은 시행착오를 법률 개정 또는 법률 조항에 대한 법원의 판례 해석을 통해서 조율해왔지만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만큼이나 법을 앞서가는 때로는 법을 악용하는 여러 분쟁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분쟁은 부동산 규제 정책의 변동성, 전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 변동 등과 맞물려 그 양상과 폭이 계속 다종다기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통상 조합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 행정적ㆍ업무적 도움을 받지만 실무적인 도움이 대부분인바, 결국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아니면 분쟁이 소송 등으로 비화됐을 경우 그러한 소송을 해결할 전문 변호사의 존재는 언제나 필연적이다. 전문 변호사의 존재가 필연적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전문 변호사를 제대로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것인데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이란 조합이나 시행자를 대리해서 오랜 사업 기간에 걸친 즉, 다시 말해 구역 지정 단계부터 조합 청산까지의 사이클을 수십 차례 경험해 본 전문성을 말한다. 도시정비사업은 말 그대로 경험이 중요한 사업인바, 여러 현장에서 다종다기한 분쟁 사례를 수없이 많이 경험해본 변호사야말로 전문 변호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정비업계 한편에서는 조합 측을 대리하지 않고 미동의자 내지 청산자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본인을 전문 변호사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같은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미동의자 내지 청산자를 대리해서 보상금을 증액하는 소송 취지가 대부분인바, 도시정비사업의 전체적인 절차 개관이나 법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다만 의뢰인의 이익에 충실하게 보상금 증액만을 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도시정비사업에 전문 변호사라고 칭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조합 측과 이해관계를 같이 해야 한다. 일반 민ㆍ형사 분야에서 여전히 대형 법무법인이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유일하게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법무법인이 활동적이지 않다. 그에 대한 이유를 살피자면, 일단 대형 법무법인은 기본적으로 자문과 송무 관련 사업에 많은 비용을 쏟을 수 있는 기업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고,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는 건설사를 주로 대리하는 회사이다. 최근에 도시정비사업 분야를 보면 조합과 시공자 간 공사비 분쟁에 대한 다툼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와 같은 분쟁이 격화돼 공사 중지 등으로 인한 조합 측 피해가 막심한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데, 아무래도 대형 법무법인은 이와 같은 분쟁 발생 시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서 조합 측을 대리해서 전력으로 시공자와 대응할 입장이 되지 못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자문 사안에서도 시공자 측 눈치를 보느라 조합의 편에서 효율적인 자문 의견을 내기가 구조적으로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조합 측에서도 대형 법무법인의 네임밸류만 믿고 자문이나 소송을 맡기기보다는 조합 측과 이해를 같이 하는 전문 법무법인을 선정해서 조합 해산과 청산까지 같이 함이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조합 측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도시정비사업 자문을 하다 보면 조합 측의 의도와 다르게 기존 조합의 업무 진행 방식이나 절차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 의견을 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의견을 주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자문 변호사 입장에서 그와 같은 상황에 대해 묵인해서 추후 더 큰 문제로 비화시키기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기존 진행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시점에서라도 하자를 치유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함인데, 일부 조합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지적 시 그 의도 자체를 곡해하거나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짧게는 10년 보통 15년 가까이 진행되는 사업 속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은 언제라도 누군가에 의하거나 혹은 실태 조사 과정에서 밝혀질 수 있는바, 오히려 이러한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해내고 하자를 치유하며, 추후 혹시 있을지도 모를 문제 상황에 대해서 미리 점검받고 사전 예방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상책이라고 생각되는바, 조합이 변호사의 의견에 대해서 곡해하지 않고 그와 같은 의견 제시가 조합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상호 간의 신뢰가 선행돼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신뢰는 변호사가 기존에 제시해왔던 솔루션이 얼마나 적확하고 효율적이냐에 따라 그 깊이가 정해질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전문으로 하면서 조합 사무실에 갈 때마다 생활환경도 너무 열악하고, 주차 역시 불편했던 그러한 구역이 오랜 세월을 거쳐 좋은 주거지로 재탄생하고, 그와 같이 새롭게 지어진 아파트를 오며 가며 눈으로 보게 될 때, 매우 색다르면서 남들이 모르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본 필자 역시 본 칼럼을 작성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그동안 도시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로서 오롯한 역할을 잘 해왔는지 반성하면서 본 필자가 제시한 전문 변호사로서의 선택 기준에 적합한 변호사가 되고자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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