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난 8월 8일 정부가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서울 아파트 공급에 핵심 역할을 하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며 사업 기간의 단축 등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대책이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 집값이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반면, 정부는 상승폭 자체는 축소되고 있는 만큼 당장은 아니어도 시장이 점차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8ㆍ8 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을 맞이한 부동산시장의 현 상황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고 유관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서울 집값 여전한 `상승세`에 업계 "피로감 쌓인 공급 대책 시장에 안 먹혀"
지난달(8월)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43만 가구 물량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한 지 1달이 넘었지만, 아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0일 한국부동산원이 9월 셋째 주(지난 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둘째 주 기준으로 0.23% 상승한 데 이어 셋째 주는 0.16%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26주 연속 상승세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에서는 반포ㆍ잠원동을 중심으로 서초구가 0.32%, 문정ㆍ잠실동 등 송파구가 0.28%, 강남구는 0.22%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개포ㆍ압구정동을 위주로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강북 역시 이촌동ㆍ한강로 역세권 단지 위주인 용산구(0.22%)를 중심으로 광장ㆍ자양동 등을 포함한 광진구가 0.22%, 공덕ㆍ용강동 등 준신축 단지 위주인 마포구가 0.21%, 성북구가 0.16%, 성동구가 0.15% 등으로 뒤를 이었다.
통계만 봐도 아파트 집값은 8ㆍ8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큰 변화 없이 여전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정부의 공급 대책 특성상 장기간에 걸친 계획인 만큼 현재 놓인 공급 불안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수요자의 불안감 해소와 집값 진정을 가져올 만한 효과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사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주택 공급 이야기는 있었고 현 정부 역시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가시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아 시장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시장에 강하고 빠른 충격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정책 신뢰도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 `빅컷`에 한국은행 인하 가능성… 집값ㆍ부채 `변수`
문제는 최근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한국은행(이하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역시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1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이하 연준)는 기준금리를 0.25p가 아닌 0.5%p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다.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고금리 정책 기조를 거둬들이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따라 한은도 올해 예정된 2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 축소로 인한 부작용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 상승에 앞서 가계부채 증가가 여전한 가운데 금리까지 인하할 경우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커 한은이 지금 당장 연준처럼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9일 기준 728조1414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725조3642억 원이었으나 미국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2조7772억 원 증가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 역시 동기간 568조6616억 원에서 2조6550억 원 늘어난 571조31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한은 역시 내년 이후에도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섣부른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더욱 자극할 여지가 있는 만큼 추후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의 안정 여부에 따라 금리 인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12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서울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했다. 그 근거로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 지수를 들 수 있는데, 한은은 해당 지수가 지난해 4분기 0.5로 고평가 단계(0.5~1.5)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 7월 기준으로 1.11에 도달한 것으로 봤다. `과열` 단계 수치가 1.5임을 고려할 때 이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한은은 수도권 집값 상승에 발맞춰 증가하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볼 때 가계부채 비율도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시장에 강한 시그널 줄 수 있는 후속 대책 절실"
박 장관 "집값 상승세 둔화… 특례법 제정 통해 도시정비사업 규제 풀어야"
결국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빠르게 추가적인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8ㆍ8 부동산 대책이 물량 공급에는 분명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 측면에서 볼 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다주택자 세제 완화를 통해 아파트 매물 출현을 끌어내 시장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아파트 공급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노후 신도시 재건축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시장의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내에 신축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현재 시장에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아파트를 내놓게 만드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며 "도심 도시정비사업이나 노후 신도시 재건축, 3기 신도시 조성 사업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눈에 보이게끔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서울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 모두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어 아직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진다고 단정 짓기엔 이르단 입장이다. 되레 정책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책이 무르익은 시점에서는 주택 공급이 풍부해지면서 시장이 안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9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입주 예정 물량이 3만7000가구, 내년은 4만9000가구 수준으로 그중에서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입주 물량은 각각 2만7000가구, 3만4000가구다. 정부는 도시정비사업 입주 물량을 통한 공급이 예년 평균을 뛰어넘고 있는 만큼 시장이 내년부터는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사업을 강조함과 동시에 재개발ㆍ재건축 기간을 단축하는 특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온수동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사업 현장을 찾은 박상우 장관은 이어서 진행된 주민간담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며 "지나친 재건축 규제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는 문제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특례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