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구역 내 토지 등의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을 준용하고 있는바, 이에 따르면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조속재결신청 청구를 받으면 60일 이내에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해야 하고, 그 기간을 도과해 신청한 경우에는 지연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 한편, 위 기간 내에 재결신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절차 등에 하자가 있어 신청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연가산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사업시행자는 신속, 정확하게 수용재결 절차를 진행해야 함이 필수적이나 재결절차가 다소 늦어진다고 해 사업시행자에게 무조건 지연가산금 지급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판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2. 판례의 사안
(1) 조속재결신청 청구인과 협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경우 - 적법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조속재결신청청구를 받은 경우 사업시행자에게는 받은 날로부터 토지보상법 제30조제2항이 정한 의무기간인 60일 이내에 신속히 재결신청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을 뿐, 그 재결신청 전 구 도시정비법이 정한 사전협의 절차를 준수해 위 재결신청을 해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만일 조속재결신청청구가 있던 때까지 사업시행자에게 사전협의 절차를 거친 재결신청을 요구할 경우, 재결신청이 지연돼 조속한 권리관계 확정을 통한 피수용자의 지위 안정이라는 조속재결신청청구제도의 취지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사전협의 절차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재결신청을 지연하는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조속재결신청청구를 인정했는데, 재차 사전협의 절차의 이행을 거친 재결신청을 요구해 재결신청을 지연시키는 모순이 발생하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피고들로부터 위 각 재결신청청구를 받은 원고에게 구 도시정비법 제47조, 같은 법 시행령 제48조에서 정한 협의 절차를 거쳐 재결신청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인천지방법원 2022년 5월 26일 선고ㆍ2020구합55187 판결).
(2) 종전자산평가 금액으로 협의 절차를 진행한 경우 - 적법
피고 조합은 현금청산에 관한 협의를 위해 2015년 12월께 원고들에게 감정평가업자 2인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한 금액을 제시한 바 있는데, 위 각 감정평가는 피고 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해 조합원별 조합출자자산의 상대적 가치비율 산정을 주된 목적으로 구 도시정비법 제48조제5항에 따라 종전자산을 평가한 것이다(위 각 감정평가를 `협의 당시 감정평가`라 한다). 그에 따라 감정평가의 가격시점도 토지보상법 제67조제1항에 의한 보상액 산정의 기준인 협의 성립 당시의 가격, 즉 협의 당시에 가까운 시점이 아니라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인 2015년 5월 27일이고 지적공부 및 건축물대장상 면적에 한해 지장물을 평가한 관계로 기타 지장물의 일부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구 도시정비법 제48조제5항에 따라 종전자산을 평가하기 위한 감정평가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평가액을 제시해 진행한 협의가 부적법해 효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수원지방법원 2020년 2월 13일 선고ㆍ2018구합70074 판결).
(3) 협의기간 내에 협의의 기초가 되는 감정평가금액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 - 적법
구 도시정비법이 시행될 당시의 해당 법 시행령(2016년 7월 28일 대통령령 제27409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는 "사업시행자가 법 제47조의 규정에 의한 현금청산을 하는 경우 청산금액은 사업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가 협의해 산정하는데, 이 경우 시장ㆍ군수가 추천하는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청산금액 협의의 방법이나 기준에 대해 협의당사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고, 구 토지보상법 제68조나 현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0조와 같이 의무적으로 감정평가업자의 감정평가결과에 따라 보상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지 않으므로, 협의 기간(현금청산기간) 내에 협의의 기초가 되는 감정평가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채 협의 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사업시행자의 재결신청이 구 도시정비법상의 협의 절차를 위반한 부적법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울산지방법원 2023년 2월 2일 선고ㆍ2020구합6123 판결).
(4) 1차 재결 실효 이후 협의 절차 없이 2차 재결을 신청한 경우 - 적법
재결이 실효된 이후 사업시행자가 다시 재결을 신청할 경우 원칙적으로 다시 보상협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으므로, 재결실효일부터 60일이 지난 다음에는 지연가산금이 발생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가 재결실효 후 60일 내에 재결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도, 재결신청을 지연했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해당 기간 동안은 지연가산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재결실효 후 토지등소유자 등과 사업시행자 사이에 보상협의 절차를 다시 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협의가 진행된 기간은 그와 같은 경우에 속한다(대법원 2017년 4월 7일 선고ㆍ2016두63361 판결).
(5) 수용대상물건에 대한 감정평가를 한 후 1년이 경과했고, 1차 재결이 실효됐는데 재평가를 하지 않고 2차 재결 신청을 한 경우 - 적법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17조제2항제3호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수용대상물건에 대한 감정평가를 한 후 1년이 경과할 때까지 보상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 재평가를 의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그 명문의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위 규정은 사업시행자와 소유자 사이의 협의에 따른 보상계약의 체결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C에게 원고와의 협의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위 규정에 따른 재평가의무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창원지방법원 2018년 5월 30일 선고ㆍ2017구합51288 판결).
3. 결어
위 모든 사안의 경우 우리 판례는 재결신청에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지연가산금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속재결신청 청구자들 입장에서는 절차가 지연되고 있음에도 가산금이 발생하지 않는 결론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나 지연가산금이 사업시행자가 정해진 기간 내에 재결신청을 하지 않고 지연한 데 대한 제재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 각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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