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정부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대규모로 풀어 내년까지 수도권에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한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로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이어가자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 아파트 공급에 핵심 역할을 하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은 특례법을 제정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등 속도감을 더하기로 했다.
이에 본보는 정부가 발표한 8ㆍ8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과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의 반응 등 시장 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재건축 특례법 제정 및 재건축 절차 `간소화`… 사업 활성화 장애물 완화되나
취득세ㆍ용적률ㆍ재건축 부담금 등 규제 풀어
이달 8일 정부가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과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먼저 서울과 수도권 등 중심 선호도가 높은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 가구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는 등 총 21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고, 신규 택지 발표 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해 투기 수요를 철저히 관리한다.
특히 재개발ㆍ재건축 촉진 특례법을 제정해 재개발ㆍ재건축 추진 기간을 약 3년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 17만6000가구의 주택을 조기에 착공하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25년까지 착공하는 경우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등 4만1000가구가 조기 공급되도록 유도한다. 즉, 이미 공급계획이 확정된 총 21만7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실수요자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절차 간소화를 통한 사업 속도 제고`, `도시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 등의 방안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그간 도시정비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ㆍ정비계획 수립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착공 ▲준공 등의 단계를 모두 진행해야 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통상 약 13~15년의 사업 기간은 기본이고 사업이 원활하지 않으면 입주까지 20년 이상 걸리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앞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계획 수립 단계를 통합해 동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기본계획ㆍ정비계획 ▲사업시행계획ㆍ관리처분계획 등을 묶어서 동시에 수립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인가ㆍ처분 역시 일괄적으로 처리된다.
통합 심의 및 인ㆍ허가 의제 대상을 최대한 확대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편으로 사업 시행 기간 조정은 인가 없이 신고로 처리 허용이 가능해진다. 또 기존 관리처분계획 신청 후 지자체가 신청했지만, 이제는 조합이 미리 직접 신청하도록 하고 관리처분인가 신청 전에도 총회 의결로 타당성 검증 신청이 허용된다.
특히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요건 역시 완화되는데 동의율을 기존 75%에서 70%로, 동별 동의율 또한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바뀐다. 여기에 조합 설립 동의로 간주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돼 기존에는 추진위 구성 동의만 해당됐지만 앞으로는 정비구역 입안요청, 정비계획 입안제안 동의도 조합 설립 동의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사업 추진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전문가는 "그간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옥좨왔던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확실하게 전환하고 추진 속도도 획기적으로 높이기로 한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며 "서울 인근 그린벨트 등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는 등 도시정비사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 눈에 띈다"고 짚었다.
도시정비사업 관련 규제도 완화된다. 재건축 조합 및 1주택 원조합원일 경우, 재개발ㆍ재건축사업으로 취득한 주택에 대해 취득세 또한 감면되며 비규제지역에 대해 분양가 12억 원 이하인 경우 최대 40%까지 취득세가 감면된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도 최대 용적률 법적상한기준에서 추가 허용하기로 했다. 역세권 정비사업의 경우 현행 법적 상한의 1.2배에서 1.3배까지, 일반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현행에서 법적 상한의 1.1배까지 3년간 한시로 용적률이 추가 허용된다. 단, 8ㆍ8 부동산 대책 이전에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곳과 규제지역은 제외된다.
이외에도 재개발ㆍ재건축 촉진을 위해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공급 의무를 폐지한다. 현행 재개발은 80% 이상,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은 60% 이상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 제도도 전면 폐지에 나선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도입 취지와 다르게 주민 부담, 주택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낳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업계 "정부 주택 공급 의지 보여" vs "영향 제한적일 것"
서울시, 정부 정책과 `보폭 맞추기`… 활성화 지원
유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8ㆍ8 부동산 대책을 두고 실효성을 기대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내용을 미뤄봤을 때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이번 공급 대책이 장기적인 계획이긴 하지만 앞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신호를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신규 택지 주택 공급 규모를 당초 2만 가구에서 8만 가구로 4배 늘리기로 한 것을 미뤄볼 때, 정부의 명확한 주택 공급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재개발ㆍ재건축 규제 완화도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요소로 뽑혔다. 최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조합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각종 규제 완화로 조합원 수익이 올라가면 그만큼 도시정비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결국 주택 공급 역시 원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전문가들은 재개발ㆍ재건축 촉진법 제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및 동법 시행령 개정 등은 앞으로 국회에서 다뤄야 할 사안인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정책 현실화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기본 10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인ㆍ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당장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아파트 공급의 원천으로 사업의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획기적인 방안, 큰 공급 규모 등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못하는 상황으로 더 중요한 것은 발표한 공급계획과 규제 완화를 꾸준하게 현실화해 정책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시는 정부의 `8ㆍ8 부동산 대책`에 발맞춰 현재 진행 중인 도시정비사업 구역이 완공까지 중단 없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비사업 단계별 갈등관리 대책`을 통해 사업 전 과정에 대해 갈등 해결에 나선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이 장기간 소요되는 주된 요인으로 각종 인ㆍ허가를 비롯한 복잡한 행정 절차는 물론 조합 내부 및 조합과 시공자 간의 갈등으로 보고 사업 전 과정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 역시 같은 날 다음 달(9월) 정부 예산 편성과 함께 8ㆍ8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을 그달 중 발의 완료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갈 것이란 계획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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