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_특집] ‘재초환법’ 폐지 계류 속 커지는 혼란… 재건축 부담금 관련 이의제기ㆍ소송 검토 등 잡음 ↑

입력 2024년08월21일 16시18분 정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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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정윤섭 기자] 최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하 재초환법)」 폐지안이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란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재건축 부담금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며 재건축 단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소식통 등에 따르면 전국재건축조합연대는 부담금 부과 대상 조합들과 다음 달(9월)께 항의 시위를 진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상황이다.

본보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 중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단지 2곳의 입장을 조명하고, 해당 법의 주된 내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달 재건축 부담금 부과 절차 돌입… 반포현대 등 `반발`
불합리한 부담금 산정 방식 및 정부 폐지 방침 언급

앞서 지난 3월 27일 재건축 부담금 완화를 위한 재초환법 개정안이 시행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담금 면제금액이 종전 3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부과 구간은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완화한다.

부담금 산정 개시시점도 기존 `추진위구성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미뤄졌고 1주택 조합원은 보유한 기간에 따라 ▲보유 기간 6년 이상 10년 미만ㆍ10~40% ▲10년 이상 15년 미만ㆍ50% ▲15년 이상 20년 미만ㆍ60% 등으로 감면되며 20년 이상인 경우 최대 70%까지 부담금을 덜어준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 대해 `여전히 과도한 부과ㆍ과중한 부담`이라며 조합원들은 반발했다. 올해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재초환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데 이어 지난 8일 정부도 `8ㆍ8 부동산 대책`을 통해 법 폐지 가능성을 공식화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혼란을 겪고 있다. 여전히 법안은 야당(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국회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재초환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지자체는 5개월 내인 이달 말까지 부담금 부과 절차에 착수해야 하지만, 조합들은 한국부동산원 부담금 산정에 대한 불신과 정부의 재초환법 폐지 선언을 이유로 납부 협조를 미루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달(7월) 16일 ▲반포현대아파트(이하 반포현대ㆍ`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재건축 조합에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위한 공사비, 사업비 변동 내역 등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3월 재초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2022년 4월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중단됐던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 등에 부담금 절차가 재개된 것이다. 개정안 시행일 이후 5개월 이내에 부과해야 하며 서초구는 이달까지 부담금을 조합에 부과해야 한다.

반포현대 예상 부담금은 가구당 1억6000만 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조합은 지난 6월 통계자료에 대한 불신으로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작이 우려되는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 동향조사로 재건축 부담금을 산출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조합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값이 23.4% 오른 반면 KB국민은행 통계에선 49.8% 상승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감사원이 현재 집값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시행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부담금 산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당장 부과되더라도 부담금 규모를 놓고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은 초과이익 산정에 쓰이는 지수들을 제대로 반영해 달라는 취지로 재초환법 시행령 개정도 건의할 계획이다.

또 지난 1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강서구 화곡1구역(`우장산숲아이파크`) 재건축 조합은 구가 통보한 재건축 종료 시점 주택 가액(종료 가액)에 대해 올해 6월과 이달 13일 두 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기존 종료 가액은 재초환법 개정 전 약 3500억 원이었으나 개정안 시행 이후 3950억 원으로 더 많이 산정됐다. 초과이익은 종료 가액에서 ▲사업 개시 시점 주택가격 ▲해당 지역 집값 상승분 ▲개발 비용 등을 뺀 금액으로 종료 가액이 많을수록 초과이익도 커진다.

재산정 시 종료 가액에 반영된 분양가ㆍ공시가가 실제와 다르다는 게 화곡1구역의 입장이다. 이에 강서구는 이달 23일까지 조합원 의견을 청취한 후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개최해 이의 수영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재초환법 문제점은?… 미실현 수익ㆍ애매한 계산 방식 등 `지목`
전문가 "재초환법 개정안 아무런 효과 없어", "도시정비사업 발목 잡을 것"

현재까지 공식적인 재건축 부담금 산정 대상 36개 단지 중 실제로 부과가 이뤄진 단지는 한 곳도 없다.

부담금 산정 과정을 시작한 화곡1구역과 달리 조합 대부분 계산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전 정부 인사들의 한국부동산원 통계조작 혐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부담금 산정을 불신하고 있다며 서류 제출 요청에 불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8ㆍ8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초환법 폐지를 못 박은 것도 조합 비협조의 주요 요인으로 언급된다. 부담금 납부 후 법 개정이 이뤄져 제도가 폐지되면 안 내도 될 돈을 내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다.

재초환법 대상 단지 조합 관계자는 "대부분 조합이 재초환법 폐지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준공 이후 5개월 이내, 1주택자 감경 사항 반영 시 8개월 이내 부담금 산정을 매듭짓고 부과 통보를 해야 한다. 준공된 지 수년이 지났으나 법 개정으로 부과가 유예된 반포현대와 화곡1구역 등은 이달 26일, 늦게는 8개월 뒤인 올해 11월 26일이 부담금 통지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에 재초환법 폐지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현행법에 따라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재초환법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계산된 초과이익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실현 이익` 즉 예상치로 추후 양도소득세와 이중과세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실현 수익은 정확한 측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건축으로 시세 상승이 발생했더라도 매각 시점에 실제 발생한 이익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향후 양도 시 손실이 날 경우, 이익을 얻지 못했음에도 부담금을 납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미 낸 비용은 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재초환법 대상 단지의 기존 조합원들은 매각하지 않는 집에 대해 수억 원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게 부당하다며 낼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실현 수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가 재건축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재초환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재건축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꾸준히 나온다. 현재 재건축시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 고금리, 공사비 급등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으로 부담금까지 더해질 경우, 사업성이 좋더라도 재건축을 통한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재건축 부담금이 서울 도심의 재건축 추진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초환은 양도세, 재산세 등과 중복되는 이중과세 논란 등으로 현 정부 인수위에서도 폐지가 논의된 바 있다"며 "지난 3월 재초환법 개정으로 부담금 부과 기준이 완화됐지만, 기본적으로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재초환법 폐지를 약속한 상황이지만, 야당과 이미 합의해 법안을 개정해놓은 데다 이미 한 차례 헌법재판소에서 재초환법에 대한 합헌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단 주장도 나온다.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때 연계하는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겉핥기 방식으로 법안을 개정하면서 효과가 전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개선된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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